10대 조건만남의 진화 ‘몸 팔고 주먹 쓰는 건 옛날 얘기’

 

스마트폰 채팅 앱을 통해 성매수남을 만나는 10대들의 조건만남이 갈수록 지능화하는 등 진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.

같은 수법의 범죄를 저지르다 네 차례 경찰에 적발됐고, 또다시 조건만남을 벌이다 구속된 이모(18) 양의 사례는 이같은 추세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.

이 양의 조건만남은 15살 때인 2012년부터 시작됐다. 당시 이 양은 두 살 많은 친오빠와 함께 스마트폰 채팅 앱을 통해 조건만남을 했다. 이때는 조건만남 대가로 성매매 비용을 받아오다 경찰에 적발됐다.

이듬해 적발될 때에는 혐의가 강도상해로 바뀌었다. 채팅 앱을 통해 성매수남을 유인한 뒤 폭행해 돈을 빼앗는 수법이었다.

지난해 초 이 양은 다시 성매매로 적발됐고, 같은 해 8월에는 특수강도 혐의로 입건됐다. 이때 이 양의 친오빠는 구속됐고, 이 양은 보호관찰 처분과 법원의 야간외출금지 명령을 받았다.

돈을 받고 성을 파는 성매매에서 성매수남을 폭행해 금품을 빼앗는 수준을 오가던 이 양은 최근 또래 가출청소년 3명과 함께 그들이 말하는 ‘조건사기’ 범행을 벌이기 시작했다.

수법은 비슷했다. 일당 중 누군가가 스마트폰 채팅 앱을 통해 성매수남을 찾아내면 모텔로 유인했다. 남자 먼저 샤워를 하게 한 뒤 일행에게 연락해 들이닥치게 했다. 일행들은 모텔 객실 호수를 알면서도 모텔 업주에게 ‘조금 전 미성년자가 성매매를 하러 투숙했다. 방 번호를 알려 달라’고 따졌다. 이후 옥신각신하며 큰소리가 나더라도 업주가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도록 선수를 친 것이다.

일행들은 언니 행세를 하며 “미성년자와 성매매를 했다. 경찰에 신고하겠다”고 성매수남을 협박했다. 하지만 결코 먼저 합의금 얘기를 꺼내지는 않았다. 궁지에 몰린 매수남이 먼저 돈 얘기를 꺼낼 때까지 ‘미성년자, 성매매, 신고’ 등을 들먹이며 공포 분위기만 조성했다.

성매매는 하지 않고 돈만 뜯어낸 것인데 이 양 등이 그들의 범죄를 ‘조건만남’이라하지 않고 ‘조건사기’라고 부르는 것은 이같은 이유에서다.

이 양 등은 이런 수법으로 지난달 22일 오후 4시께 전북 전주시 우아동의 한 모텔에서 A(24) 씨에게 현금 200만원을 뜯어냈다. 지난 5월 28일부터 7월 2일까지 한 달여간 이들은 전주와 익산 일대 모텔을 돌며 15명의 남자를 재물로 삼아 900만원을 챙겼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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몸을 팔거나 주먹을 쓰지 않고도 몇 번의 연기와 몇 마디의 말로 돈을 챙기는 법을 터득한 셈이다.

경찰 관계자는 “조사과정에서 이 양은 조건만남 한 게 아니고 그냥 사기 친 거라며 조건사기를 강조했다”며 “반성은 없었고 왜 자기만 구속시키느냐고 항의했다”고 말했다.

전북경찰청 광역수사대는 8일 이 양을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(공동공갈) 혐의로 구속하고 초범인 김모 양 등 또래 3명은 불구속 입건했다.

한편 그릇된 욕망에 사로잡혔던 15명의 남자는 피해자가 된 셈이어서 경찰은 입건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.